(5)
12
시곗바늘이 열세 번째 돌아오는 분침을 맞이한다. 마치 처음처럼. 죄인은 처음과 마지막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제 방목하러 하늘에 갔는데, 거긴 흰 구름이 가득해서 강풍이 불 때만 내 양이 보였어」
「내일은 석판에 화염을 새겼고, 그걸로 부서진 족쇄를 녹여서 영웅을 위한 승리의 면류관을 다시 주조했어」
「오늘은 절대로 내 불씨를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산 자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듯이, 죽은 자는 아직 죽지 않았다.
13
폭포는 어린 양이 목을 베인 것처럼 산에 피를 흘린다. 이 세상의 악은 모두 여행자가 행해야 하는 죄다.
——그렇다면 원죄로 시작하자.
「우리는 세계에 빛을 가져왔다」
「우리는 세계에 파멸을 가져왔다」
그는 혈혈단신이지만 이렇게 중얼거린다.
죄인의 얼굴이 흐릿하다. 여행자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하늘은 대지가 죽은 후의 그림자일 것이다.
14
그는 세계에 빛을 가져다 주었다——하지만 지금은 한 자도 안 되는 낙원에 살고 있다.
유골이 담긴 새까만 항아리.
그는 살아있는 죽은 자고, 이미 죽은 산 자이기도 하다. 그는 돌의 언어로 하늘과 이야기하고, 화염의 언어로 대지와 이야기한다.
그는 피의 언어로 사람과 대화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를 죽였다」.
15
「나에게 아직도 생각이 있다니」
죄인은 스스로도 꽤나 놀랐다. 이 세상의 악으로 인해 그는 모든 언어를 터득했고——또한 자신의 언어는 잃었다.
사람은 다른 존재다. 사람만이 빛을 가지고, 사람만이 죽임을 당할 만하다. 빛은 그가 세상에 가져온 커다란 악이 확실하다. 벌로서 그의 이성, 성스러운 빛, 또는 이렇게 설명되는 모든 것은… 이미 벗겨진 양파처럼 하나하나 해체된다.
다만——
「나에게 아직도 생각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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