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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 신이 다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그는 이런 광경을 상상한다.
하나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흰 빛이고, 하나는 메마른 대지에서 솟구치는 검은 피다.
하나는 포복하며 화염의 면류관을 쓰고, 하나는 찬송가 속에서 유황 눈물을 흘린다.
「이 일은 천 년 전에 일어났다」——그의 상상 속 노인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말은 피와 살이 되었다.
9
죄인이 철창의 희미한 빛을 삼켜 감옥 안은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그는 누가 자신을 이곳에 가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검은 개미들이 어둠 속에서 그의 검은 여행복 위를 기어다닌다.
양의 두개골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우리에게 뾰족한 이와 날카로운 발톱이 있었다면, 당신은 지금 이곳에 갇혀 있지 않겠지.
「그만」 그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썩은 성대를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하늘은 감옥보다도 더 컴컴한 심연일 뿐이야」
「너와 난 머나먼 꿈의 노예에 불과하고」
10
죄인은 한때 묘비명의 정원사였다. 당시 세계는 아직 어렸고, 사자들의 유언도 막 눈을 뜬 참이었다.
「밤이 그 조수로 우리를 뒤덮고, 오가는 빛은 그 리듬이야」
「햇빛이 움직임과 멈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어. 그 투명한 순간은 어떤 이의 일생이었지」
꿈은 꿈이 잊어버린 모든 것이다.
사람은 사람의 말의 그림자다.
11
죄인과 어린 양은 두 장의 종이 쪼가리 같다. 대낮의 꿈에 찢어지고, 밤의 피에 달라붙는다.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에 파멸하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 구차하게 살아간다.
글자는 일찌감치 영원 속에 새겨졌다——그 운명은 죄인 자신의 검으로, 피로 만든 먹물을 묻혀 쓰였고, 쓰이고, 쓰일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제물의 일부다.
그들은 다시는 얼굴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다시는 이름을 갖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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