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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성은 우리를 배에 태워 어두운 원형 전당 입구로 데려갔다. 그가 종이를 꺼내 아무렇게나 새를 접어 몇 마디 중얼거리자 종이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얼마 후 어떤 곳의 장치에 명령이 떨어진듯 전당 주변이 거세게 흔들렸다. 곡면의 벽이 분리되고 수축되더니 이내 발밑의 바닥만 남게 됐다. 어디서 흘러들어오는 건지 모를 불빛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사절단은 너무 놀란 나머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후 우리가 있던 전당이 보이지 않는 궤도 위에 떠 있고, 발밑에는 항성처럼 눈부신 광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운석에 올라 천체 궤도를 따라 천천히 돌며 「태양」 위에 떠 있는 듯했다.
그 빛은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말을 할 줄 아는 심장 같았다.
아니, 그것은 말을 하고 있었다. 정말 말을 할 줄 알다니!
「태양」이 뿜어내는 빛은 격한 물살 같기도 했고, 아주 오랫동안 억눌린 분노 같기도 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내 의식을 덮쳐 오려 했다. 그 순간, 강한 바람에 책장이 촤르륵 넘어가듯 수많은 장면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의 나뭇가지가 하늘부터 뻗어나와 별하늘을 관통했다.
——진공에는 빛나는 함선이 불빛에 달려드는 반딧불이처럼 요동하는 육신을 향해 몰려들었고, 양날개를 활짝 펼친 인간형 조류도 있었다….
——운차와 별뗏목이 추락해 부서지기 직전 「선주를 지켜라!」, 「운기군이 승리하리라!」라는 외침이 들렸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금 조각상이 성큼성큼 활보하며 강철 같은 팔을 뻗어 수많은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거대한 괴수와 힘을 겨뤘다.
——천공에선 뛰어난 전사들이 작열하는 죽음의 기운을 뿜는 창과 활을 들고 있었다. 현대 선주 사람의 힘과 용모를 훨씬 능가하는 그들은 마치 조각되고 선별된 유전자를 가진 듯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몸이 용기와 분노를 표출하듯 인위적인 화염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끝없는 어둠을 향해 차례로 돌격했으며 돌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번 맹세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 빛이 포효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모두 정신을 다잡고 절대 『수황』을 직접 쳐다보지 마십시오!」
번개같이 바짝 마른 목소리가 전당에 울려 퍼졌다. 누군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치자, 둔탁한 금속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배리어가 솟아오른 듯 전당의 빛과 환각을 빠르게 차단시켰다. 전당이 원래의 고요함을 되찾자 사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연마궁의 주인이자 선주에서 가장 장수한 장인 중의 장인인 회염이 그제야 도착한 것이었다.
「지원 요청에 관한 일을 논하기 위해 제자에게 여러분을 이곳에 모시라 했으나, 아이가 『가짜 태양』을 가리는 걸 잊은 모양입니다. 제 불찰이니 부디 용서해 주시지요.」
회염이 산악 같은 걸음으로 공중에 나타나는 계단을 밟고 올라오더니 천천히 우리 앞에 섰다.
「청영 조타수의 부탁은 들었습니다. 요청이 열세에 놓여 있는데, 주명이 어찌 방관할 수만 있겠습니까?」
하지만——분명 그는 하지만으로 말을 이어갈 것이다. 선주마다 처지가 다르니 강적에게 추격이나 포위됐을 때, 쉬어갈 필요가 있을 때, 지원군을 보낼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선주에 달린 법이었으니까. 회염은 어떤 이유를 대가며 우리의 부탁을 거절할까?
「주명에는 무기가 많으니 청영의 요청대로 군함 3백 척, 뇌궁과 진도를 각각 2만 개씩 지원해 드리지요. 하지만 지금 주명 선주는 요마를 물리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병력은 사절단 인원수만큼 지원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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